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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에 대한 두 연출가의 글(봉뒤/슈투르밍어) 1. 뤽 봉뒤 취향에 반한 성공 (제가 연출한) 살로메가 전 세계를 돌았어요. 웃기게도 제라르 모르티에(Gérard Mortier)가 제게 이 오페라를 제안했을 때 기분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오페라를 싫어하고, 이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걸 다시 들어보니, 슈트라우스의 과장되고 짓누르는 음악이 싫었고, 그 꼭대기에는 와일드의 이야기까지 있었습니다. 스무 살 때 살로메를 연출하고 싶었는데, 함부르크의 감독은 극장이 내 적성이 아니니 떠나라고 반응했어요! 그때부터 살로메를 한 번도 좋아했던 적이 없었어요. 와일드의 대본은 설탕을 섞은 꿀에 딸기와 블랙커런트 시럽을 더해서 그 위에 올린 잼, 그걸 통째로 크림과 핫초코 소스로 덮은 것과 같다고 할.. 2023. 10. 9.
광주시립교향악단 376회 정기연주회(포레, 풀랑크, 베를리오즈) - 2023년 9월 23일 광주예술의전당 가브리엘 포레 : 파반느 Op. 50 (1887) 프란시스 풀랑크 :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 FP 61 (1932) 엑토르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Op. 14 (1830) 피아노 : 이혜전, 강충모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2023년 9월 23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광주광역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은 걱정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다. 비교할만한 다른 공간(대전예술의전당, 경남문화예술회관, 부산문화회관 등)보다 객석 규모가 작아보였다. 하지만 파반느의 음향이 예상보다 훨씬 멀리서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객석에 비해 무대가 지나치게 깊은 탓으로 추측했으나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포레의 파반느는 프랑스적인 내밀함(명료한 화성과 프레이즈)을 가진 곡이지만 앞서 말한 음향적인 문제로 연주는.. 2023. 9. 27.
광주시립교향악단 375회 정기연주회(헨델, 하이든, 베토벤) - 2023년 9월 1일 광주예술의전당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 "솔로몬" 中 "시바 여왕의 도착" 요제프 하이든 : 첼로 협주곡 제1번 C장조 Hob. VIIb:1 (앙코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BWV 1009 中 프렐류드 가스파르 카사도 : 무반주 첼로 모음곡 中 3번 "Intermezzo e Danza Finale - a Jota" 루트비히 판 베토벤 : 교향곡 제4번 B-flat 장조 Op. 60 (앙코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K.525 中 1악장 알레그로 첼로 : 최하영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2023년 9월 1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광주광역시 9월에 접어들자 저녁이 선선해졌다. 광주예술의전당은 서광주IC와 붙어있어 광주의 대문처럼 느껴진다. 참 반가.. 2023. 9. 3.
음반(살로메 예습하던 중... 네막노!) 살로메 음반에 쯔끼다시로 붙어있는 네막노 두 종을 듣는 중이었다. 1. 루이스 마셜, 비첨/RCO (1958년, 실황). 이건 뭐 밝은 소리 잘 내주는 연주. 음질이 더 좋았다면... 2. 크리스텔 골츠, 홀라이저/비엔나 프로 무지카 오케스트라 (1956년, VOX). 여기서 크게 얻어맞음. (밤베르크라고 올린건 커플링된 메타모르포젠과 헷갈린 업로더 실수) 프로 무지카 류의 급조된 이름 오케스트라, 복스 레이블 연주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건 호렌스타인과 클렘페러 탓이 클 듯하다. 그런데 충격적인 예외를 이런데서 다 찾게 되었다. 얼마 전 데이비드 로버트슨의 말러를 보면서 나는 세부가 살아넘치다 못해 전체를 뒤집을 것 같은 연주가 말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그게 내 클래식 전반의 취향이 되.. 2023. 5. 6.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III 폐막공연 - 23년 통영국제음악제 10일차 진은숙 :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정적의 파편" 구스타프 말러 : 교향곡 제1번 바이올린: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데이비드 로버트슨,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2023년 4월 9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시 축제 마지막 날의 통영은 모든 곳이 빛으로 가득 차있었다.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맑고 분명한 영상들이 시야를 가득 매웠다. 쪽빛의 바다와 발산하는 초록 속에서 인간들은 평소처럼 자연을 밟고 선 정복자가 아니라 그것들에 짓눌린 채로 힘겨워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문명의 위계를 일순간 전복하는 봄기운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예년보다 살짝 한산한 콘서트홀 5층에 앉아 들은 말러는 바깥의 그러한 모습을 그대로 품은듯 선명하면서도 각 요소들이 과감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연주였다. 오케스트라가 지휘자의.. 2023. 4. 16.
온드레이 아다멕 : 디너 - 23년 통영국제음악제 10일차 온드레이 아다멕 : 특히 희거나 검은 결과물 온드레이 아다멕 : 디너 미술 : 샤를로트 기베 로메로 몽테이로 : 에어머신 온드레이 아다멕, 앙상블 모데른 2023년 4월 9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 통영시 축제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온드레이 아다멕의 무대작업을 보러 음악당으로 향했다. 블랙박스 로비에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윤이상의 생애를 병기한 양혜규의 작업이 인쇄되어 있어 이것을 읽으며 여유를 즐겼다. 명료한 구성이 유난히 화창한 오늘의 날씨와 어울리는 듯했다. 양혜규의 작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윤이상의 참여(engeging)적인 모습을 알게 되었다. 고요한듯 에너지를 발산하는 윤이상의 작품세계에서 단순하게 복기할 수 있는 사실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온드레이 아다멕의 작품.. 2023. 4. 15.
괴르네/바바얀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 23년 통영국제음악제 9일차 프란츠 슈베르트 :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D. 795 바리톤 : 마티아스 괴르네 피아노 : 세르게이 바바얀 2023년 4월 8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시 바람이 유별나게 불던 8일 오후였다. 피아노 한 대가 무대를 지키고 있는 콘서트홀의 인상이 오늘 따라 더욱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깔끔함이 거센 바람까지 막아주는 인상이 있었는지 공연장도 평소보다 편안했다. 세르게이 바바얀이 산틋하게 시작한 오늘의 연주는 괴르네의 해석과 극적인 연출로 금새 후끈해졌다. 괴르네는 그동안 목을 아낀건가 싶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노래했다. 그의 목소리는 지난 공연보다 훨씬 명료해졌고 여기에 풍부한 뉘앙스까지 더해져 매력적이었다. 드라마의 지점을 잘 아는 2곡 Wohin?의 연주는 이어지는 해석의 방향을.. 2023. 4. 15.
조반니 안토니니/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 23년 통영국제음악제 8, 9일차 4월 7일, 21시 30분 비발디 : 협주곡 e단조, RV 134 - No tempo / Andante e Pianissimo / Allegro 비발디 : 4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e단조, RV 550 - Andante / Allegro assai / Adagio / Allegro 윤이상 : 中 "목동의 피리" 로카텔리 : 합주 협주곡 E♭장조, Op. 7/6, "아리아드네의 비탄" - Andante / Allegro / Adagio / Andante / Allegro / Largo / Largo andante / Grave / Allegro / Largo 윤이상 : 中 "원숭이 재주꾼" 메룰라 : 나이팅게일 비발디 : 협주곡 D장조, RV 90 "오색방울새" - Allegro / Largo / A.. 2023.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