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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설/공연 후기

조반니 안토니니/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 23년 통영국제음악제 8, 9일차

by Chaillyboy 2023. 4. 12.

 


4월 7일, 21시 30분

비발디 : 협주곡 e단조, RV 134
 - No tempo / Andante e Pianissimo / Allegro
비발디 : 4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e단조, RV 550
 - Andante / Allegro assai / Adagio / Allegro
윤이상 : <중국의 그림> 中 "목동의 피리"
로카텔리 : 합주 협주곡 E♭장조, Op. 7/6, "아리아드네의 비탄"
 - Andante / Allegro / Adagio / Andante / Allegro / Largo / Largo andante / Grave / Allegro / Largo
윤이상 : <중국의 그림> 中 "원숭이 재주꾼"
메룰라 : 나이팅게일
비발디 : 협주곡 D장조, RV 90 "오색방울새"
 - Allegro / Largo / Allegro
비발디 : 협주곡 E♭장조, RV 253 "바다의 폭풍"
 - Presto / Largo / Presto
(앙코르)
솔리마 : 피리, 현,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쏘(So)"
 
4월 8일, 15시
비발디 : <센 강의 축제> RV693 中 신포니아
헨델 : <세르세> 中 "그리운 나무 그늘(Ombra mai fu)'
비발디 : <광란의 오를란도> 中 "성난 구름이 떠오르고(Sorge l'irato nembo)"
비발디 : <조화의 영감> RV 580 中 4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b단조
 - Allegro / Largo - Larghetto - Adagio - Largo / Allegro
비발디 : <유디트의 승리> 中 "횃불과 뱀으로 무장하고(Armatae face et anguibus)"
자코멜리 : <메로페> 中 "아내여, 나를 모르는가(Sposa non mi conosci)"
 
삼마르티니 : 리코더 협주곡 F장조
Allegro / Siciliano / Alegro assai
헨델 : <줄리오 체사레> 中 "내 마음 속 분노가 깨어나고(Svegliatevi nel core)"
헨델 : <줄리오 체사레> 中 "꽃이 만발한 들판에서(Se in fiorito)"
헨델 : <세르세> 中 "심연의 맹렬한 분노가(Crude furie)"
(앙코르)
헨델 : <리날도> 中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리코더, 지휘: 조반니 안토니니
카운터테너 : 김강민(4.8.)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2023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시

안토니니 일당의 두 공연은 하나로 묶어 설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7일 밤 앞선 공연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들어간 콘서트홀에는 작게 둘러모인 현악 앙상블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마 유튜브에서) 얼굴을 본 것 같은 단원들이 무대에 올라와 조율을 마쳤고, 곧이어 조반니 안토니니가 그들에게 합류했다. 하프시코드와 하프, 저음 현악기로 구성된 비교적 단촐한 콘티누오 양 옆으로 서너명 정도의 현악 연주자가 도열했고, 안토니니는 그 사이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함께 첫 곡을 시작했다. 
 
7일 밤은 프로그램의 구성과 연주의 밀도가 훌륭했다. 인터미션 없이 쭉 이어지는 프로그램은(물론 중간중간 박수를 받으며 백스테이지를 오가긴 했다) 놀랄만큼 그 흐름이 살아있었다. 첫 번째 곡의 깊은 호흡과 바로크 곡 특유의 감정적인 호소가 어느 새 윤이상의 한적한 곳의 피리 소리로 바뀌어 있고, 이것이 멎으려는 찰나에 조용한 음으로 로카텔리의 장대한 협주곡이 시작된다. 이것이 끝나자 다시 침묵 속에서 윤이상의 익살스러운 곡이 연주된다. 비발디의 두 협주곡은 종결부가 되어 산틋하게 콘서트를 끝내주었다.

반면 8일 오후 콘서트는 편하게 즐길 구성이면서도 예술적 시각 또한 살아있었다. 각 지점마다 자기 완결적인 아리아들이 기둥처럼 프로그램을 떠받치는 느낌이었다. 김강민의 극적인 노래가 없다면 불가능한 구성이었겠다. 헨델의 아리아도 훌륭했지만 1부의 비발디 아리아들은 나를 그 곡들의 정념 한복판에 데려다놓는 듯한 명연이었다.

통영국제음악당의 음향은 바로크 앙상블의 섬세한 음향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내가 앉은 객석에 전달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리코더 소리 등이 선명하게 들리지 않기도 했다니 (나는 1층 왼편 사이드에서 관람했다)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