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레즈 어록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불레즈의 90번째 생일을 맞아, 그의 가장 악명높은 언행들을 되짚어보았다.
20세기 고전음악 최고의 혁신가로 널리 알려진, 고전음악계의 가장 유명한 독불장군이 90번째 생일을 맞았다. 불황을 맞은 오페라에 대한 해결책이 ‘극장을 폭파시키는’것이라던 1967년 불레즈의 선언은 그를 가장 노골적이며 논쟁적인 인물로 만든 용감하고 솔직했던 발언들 중 하나일 뿐이다.
불레즈는 ‘내 표현들이 세월 속에서 멈춰있길 바라진 않습니다. 각각의 발언들에는 그 연도가 함께해야 합니다. 30년 전 당신의 사진이 지금의 당신을 나타낼 순 없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대인, 혹은 문화와 역사 따위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겨냥했던 선동적인 발언들은(불레즈는 뒤샹을 ‘따분한 허풍쟁이’, 케이지는 ’묘기부리는 원숭이’, 슈톡하우젠은 ‘히피’라고 묘사한 바 있다) 분명히 그가 논쟁을 즐긴다는 걸 뜻한다. 여기 가장 기억될만한 그의 발언들을 약간의 의구심과 함께 소개한다.
‘오페라 극장을 폭파시켜라’ 1967년
“기존 레퍼투아가 연주되고 있는 대부분의 극장에서 누군가 현대 오페라를 올린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었으니. 가장 비싼 해결책은 오페라 극장을 폭파시켜버리는 것이다.
근데 이게 제일 품격있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 그게 아니면야 지금 있는 오페라 극장에서 뻔한 곡들을 계속 공연하는 수 밖에 없다. 모차르트, 베르디, 바그너, 베르크 정도까지. 새로운 오페라를 보려면, 실험적인 무대를 새롭게 제작해야 되는 것이다.
이 명백하게 의미 없는 요구는 이미 여러 극장들에 널리 퍼져버렸다.“
‘모든 과거의 예술은 파괴되어야 한다’ 1971년
“모나리자의 얼굴에 낙서하는 건 충분하지 않다. 그게 모나리자를 죽이는 건 아니니까. 모든 과거의 예술은 파괴되어야 한다.”
1972년: “나는 모나리자에 수염을 칠하는 걸론 충분하지 않다고 제안했었다. 그건 그냥 파괴당해야 한다. 나는 그저 대중들이 철이 들어 과거와 연결된 탯줄을 단번에 잘라버리길 촉구했던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베토벤, 바그너, 드뷔시, 베를리오즈와 같은 예술가들은 전통을 따르질 않고 전통이 그들을 따라오도록 만들어냈다. 우리는 음악에서 그런 도전적인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파리 오페라는 똥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 오페라 관광객들은 나를 토하게끔 만든다’ 1967년
“파리의 한 구역에서 박물관은 아주 안 좋게 돌봐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파리 오페라는 똥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관광객들은 그저 파리 오페라를 쳐다봐야 돼서 그곳에 갈 뿐이다. 그건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앵발리드와 폴리베르제르 마냥 여행 일정에 있는 것이다. […] 이 오페라 관광객이란 자들은 나를 토하게끔 만든다. 내가 무대를 위한 작품을 쓴다면 절대로 스타 가수들을 쫓아다니는 그자들을 위해 쓰진 않을 것이다. 나는 극장에 대한 풍부한 상식을 가진 관객들을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탈레반이 모든걸 파괴한다고 매도하지만, 원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문명이란 파괴되는 법이다.‘ 2011년
“우리는 도서관의 세기에 살고 있으며, 쌓여있는 기록물들에 압사당하고 있다. 그들은 탈레반이 모든걸 파괴하는 중이라며 매도하지만, 원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문명이란 파괴되는 법이다. 당신은 과도한 보수주의 속에서 폭발이 있어왔다고 보통 이해했을 것이다.”
‘쇤베르크의 펜으로부터 짜증나는 진부함이 흘러나왔다’ 1952년
(쇤베르크의 사망 이후 쓴 글에서):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은] 음악사에서 가장 잘못된 방향이다. 쇤베르크의 펜으로부터 짜증나는 진부함과 끔찍한 고정관념이 흘러나왔고, 지긋지긋한 허세 낭만주의가 연상된다. 그 가짜 아포지투라와 아르페지오들, 트레몰로, 음형의 반복은 끔찍하리만치 공허한 소리를 내며, 끝내 우울한 수준과 심지어 추한 리듬으로 향한다.” (1952년 에세이 원문)
‘슈퍼마켓 음악’ 1987년
(앞선 음악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불레즈에 의하면– 미니멀리즘에 대하여): “만약 네가 그런 종류의 슈퍼마켓 미학를 원한다면 그래 그렇게 해라.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모두가 곧 그걸 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각 세대마다 자신들의 슈퍼마켓 음악을 만들 테고, 그건 마치 만든 지 8일이 지나 썩어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자 내다버리는 꼴일 테니.”
‘속물들의 호기심을 자극해라’ 1970년
(어떻게 청중들로 하여금 새로운 음악에 관심을 가지도록 설득할지에 대하여): “속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 된다. 여기서 꼭 말해야겠는데, 나는 그런 거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파리에서 그래왔고, 그건 아주 잘 먹혀 들었다. 우선, 항상 200여명의 광신도를 찾을 수 있다. 아주 찾기 쉬운 사람들이며, 때론 너무 쉽게 찾아진다. 중요한 건 그 숫자를 키우는 것이다. 네가 어느 정도 인원을 찾았다면, 사람들은 ‘거기 가야만 해. 그거에 대해 알아야 될 것 같아.’라고 생각한다. 나는 ‘거기에 대해 들었어. 그게 뭔지 꼭 가야만 해. 뒤떨어져 보이고 싶진 않아.’ 라고 생각하며 단지 호기심 때문에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을 목격하곤 했다. 마침내, 그런 사람들이 서서히 찾아오는 것이다.”
‘말러를 두세 번씩 눌러짜고 남은게 쇼스타코비치라고 생각한다’ 2000년
“내가 보건대 쇼스타코비치는 항상 진부하게 연주될 뿐이다. 그건 마치 올리브유와 같아서, 말러를 두세 번씩 눌러 짜고 남은 게 쇼스타코비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쇼스타코비치의 자전적인 측면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12음 기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음악가는 쓸모 없는 자들이다’ 1952년
“[12음 기법 작곡가들은] 숫자 자위행위에 미친듯이 몰두한다. 무리를 짓건, 혼자서건 말이다. 자신들의 필연적인 짐작 속에서 그들은 기본적인 숫자 너머로 향해야 한다는걸 잊게 되었다. 그들에게 많은 걸 묻지 마라. 그저 12까지 세고, 12의 배수를 셀수밖에 없으니.”
"(같은 글에서) 무얼 결론내릴 수 있을까? 예상치 못한 것이다. 나는 결과적으로 12음 기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이해하지 못한게 아니라 정확하게 말해서 경험하지 못한- 음악가는 쓸모없는 자들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모든 작업이 자기시대의 목소리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보존되는 문명은 언젠간 썩는다.' 1975년
"나는 보존되는 문명은 언젠간 썩게 되리라 믿는데, 왜냐하면 그런 문명은 앞으로 나아가길 두려워하고 미래보다 추억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문명은 추억이 없는, 그런걸 완전히 잊을 수 있는 문명이다. 그런 문명은 스스로 자기 걸 부술만큼 강력한데, 자기가 부순걸 새롭게 지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음악 문명은 강력하지 않다. 시들어가는 조짐들이 명백하게 보인다... [...] 지휘를 하면서 나는 역사의 많은, 정말 많은 것들을 흡수해야 했는데, 사실 그런 역사들은 그 어느때보다 내게 큰짐으로 느껴졌다 내 생각에 우린 이것들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없에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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