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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3

음반들(올라프 베어, 멜로클래식, 이세르슈테트, 리흐테르) - 최근 감상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 올라프 베어/제프리 파슨스(1986, EMI). 젊고 아름다운 목소리지만 당사자성이 희미해 아쉬움이 많다. 안정된 가창이라는 느낌이 막 들지도 않는다. 묘하게 맥아리가 없는 것은 해석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센 음이 묘하게 떨리거나 특정 모음이 왜곡되는 경향은 한번 들린 다음부턴 계속 신경 쓰여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유명한 19번 곡(데어 뮐러 운트 데어 바흐)는 순음악적으로 좋은 연주같다. 신세대는 옛세대의 과잉을 항상 부담스러워하고 이건 연주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베어가 등장하던 맥락 역시 올드스파이스같은 기존 가창에 대한 부담이 아니었을까 싶긴 하다. 시를 듣는다는 관점에서 나는 이런 목소리가 좋긴 하다. 하지만 올드스파이스가.. 2023. 3. 1.
TAR 타르(2022) 클래식 덕후용 영화 같아서 보고 왔다(스포일러 있음). 오프닝 크레딧이 어둡고 길게 흐르는 동안 리허설에서 부르는 걸로 들리는 노래가 길게 삽입된다. 그곳에 지휘자가 존재한다. 지휘자의 강한 존재감과 이것을 뒷받침할 그의 자아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그는 아마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권력을 얻었고 생존과 자기 욕망을 위해 주변 사람을 착취할 것이다. 그들이 상처받거나 고생하는 이야기에서, 그 소동과 에너지는 결국 원인을 제공한 지휘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뉴요커는 영화가 "퇴행하는 미학에 어울리는 퇴행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비판의 방향은 뚜렷하다. 문제 있는 인물을 동정적이거나 무책임하게 그리거나, 리뷰어에 의하면, 오늘날의 캔슬컬쳐와 정체성 정치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클래식 음악계를.. 2023. 2. 27.
음반들(하이페츠, 바세비치, 자발리쉬, 기제킹) - 최근 감상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 하이페츠/모이세비치(1951, RCA/Naxos) : 얼마 전 방문한 LP 감상실의 사장님은 CD시대에 손해 본 바이올리니스트로 하이페츠를 먼저 꼽았다. 간단히 요약하면 LP에서는 그렇게 날이 선 깽깽이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 하이페츠의 LP는 훨씬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은근히 널리 퍼진 이야기가 아닐지.. 나도 사장님의 워딩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내가 그동안 들어온 이야기를 덧대서 기억한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라기보단 모두가 의심없이 납득할 이야기가 아닐지 싶다. 유아인이 마약했다는걸 처음 들은 사람은 많아도 의외라고 놀라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이페츠도 LP로 들으면 다르다는 말에 모두가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지 않을까.. 2023.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