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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켐페4

카더스 평론 17: 신들의 황혼 (1957년 10월 7일) 신들의 황혼 (1957년 10월 7일) Opera지 1957년 10월호 전반적으로 탁월했던 “신들의 황혼” 연주였다. 루돌프 켐페가 바라본 반지는 균형감각이 풍만했고, 시작부터 끝을 점쳐볼 수 있었다. “신들의 황혼” 대단원의 클라이맥스에서 켐페는 자신이 “라인의 황금”에서 보여준 작은 규모의 처리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보여주었다. 차분했던 “발퀴레”의 몇몇 장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비록 기나긴 공연동안 금관군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용맹했던 코벤트 가든 오케스트라를 탓하지는 말자. 이 나라에서 바그너의 3막을 위해 쌩쌩한 관악주자들을 따로 부르는 대륙의 호화로움을 찾을 여유는 없으니. 켐페는 브륀힐데와 지크프리트의 황홀하게 빛나는 순간부터 하겐과 기비훙족의 어두칙칙한 공간 모두를 섬세하게 .. 2015. 3. 12.
카더스 평론 16: 발퀴레 – 비르기트 닐손 (1957년 10월 9일) 발퀴레 – 비르기트 닐손 (1957년 10월 9일) 57년 9월 Opera지 발췌 금요일 “발퀴레” 공연이 있었다. 연주는 악보에 충실했으며, 브륀힐데의 등장이 런던을 뜨겁게 달궜다는 소식이 금새 퍼졌다. 비르기트 닐손은 명료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지녔으며 때론 청자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수려한 외모는 덤이다. 약간의 연륜만 더 쌓인다면 지금에 비해 훨씬 심원한 저음을 들려주리라. 닐손은 이미 사려 깊은 성악기교를 구사하며, 보탄이 그녀를 벌하던 뛰어난 장면이 그러했다. “O sag’ , Vater! Sieh mir ins Auge”에서 닐손은 파토스를 밑바닥부터 자연스럽게 끌어냈으며, 지금 없애려 하는 벨중을 창조한 건 보탄 당신이라고 알려주는 “Du zeugtest ein edles Geschlec.. 2015. 3. 6.
카더스 평론 15: 라인의 황금 – 정렬과 균형에 대한 켐페의 감각 (1957년 9월 27일) 라인의 황금 – 정렬과 균형에 대한 켐페의 감각 (1957년 9월 27일) Opera지 1957년 9월호 수요일 밤. 코벤트 가든 오페라 하우스가 또 다른 “반지”를 보여주기 위해 바닥을 치우고 새 단장을 했다. 바그너의 장대한 4부작. 신성에 대한 염원과 권력에 대한 인간적인 욕망 사이에 벌어지는 영원한 갈등. 갈등의 중심에서 피어나는 도덕 법칙은 고귀한 피조물과 그들의 세계까지 자기 방식대로 깨뜨린다. 약동하고 증폭되는 시원(始原)의 동력이 “라인의 황금”의 세계를 힘껏 열어재낀다. 전주곡의 첫 E-flat 화음은 깊은 곳에서 물 흐르듯이 피어오르며, 모든 게 시작된다. 여기 피트에서 조화로운 우주의 원형질이 솟아오른다. 모든 분노와 법열, 다가올 종말의 시발(始發)이다. “반지”는 오케스트라에게 모.. 2015. 3. 3.
카더스 평론 14: 바그너에 대한 상념 (1955년 6월 4일) 바그너에 대한 상념 (1955년 6월 4일) 1957년 실황(테스타먼트반) BBC 덕분에 런던 밖에 사는 많은 이들이 코벤트 가든의 연례 “반지” 공연을 감상 할 수 있게 되었다. 방송국에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기도. 수 없이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반지”의 진수를 깨닫지 못한 채 집에서 평생을 보냈다는 게 아닌가. “반지”는 실제로 보기 전엔 믿을 수 없다. 바그너 마법은 전혀 깨지지 않았으니. 바쁜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열광적인 청중이 전 세계에 퍼져 있고 그들은 바그너가 말하는 터무니 없는 헌신을 몸소 실천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라. “저녁식사? 집어치워. 일찌감치 일에서 손떼고 여기, 어둠으로 뛰어와. 그 속에 앉아 음표, 나아가 단어, 단어, 또 단어에 귀를 기울.. 2015.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