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잡설/기타

브람스 교향곡 전곡 - 2016년 토마스 헹겔브록 arte

by Chaillyboy 2016. 10. 11.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1번 Op.68 (1855-1876)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2번 Op.73 (1877)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3번 Op.90 (1883)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4번 Op.98 (1884)



토마스 헹겔브록,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舊 NDR 교향악단)


2016년 5월, 라이스할레, 함부르크



1

헹겔브록은 전집이 아쉬운 음악가였죠. 그런데 영상으로 브람스 전곡이 나왔습니다. 그걸 핑계로 해보는 잡설.


2

NDR 교향악단 (이하 NDR)을 지휘한 반트의 브람스는 뭐랄까... 기존에 들어온 독일 브람스와 다른 느낌이 있었죠. 사실 위험한 말입니다. 도대체 독일 브람스가 뭔데요... 그리고 여기서 확장하면 더 본질적인 질문이 나오죠. 독일 오케스트라가 뭔데요?


쿠션치기 논증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저는 어떤 종류의 편견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오케스트라, 독일 음향에 대한 편견 말이죠. 


물론, 독일 음향이 없다고 부정하는건 아닙니다. 1945년 이후 본격적으로 확인되는 영국 음향, 앙드레 말로의 교통정리 이전까지 살아있던 (요새도 가끔 보입니다만) 프랑스 음향,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린 체코의 음향처럼, 독일 오케스트라를 묶는 사운드에는 포괄적이고 개념적인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독일 음향과 그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독일 음향은 일종의 부분집합인 셈이죠.


그건 음반에 의해 선별된 집합입니다. 동아시아권에서 생각하는 독일 음향은 음반이 만들어낸 좁은 시각입니다. 말하자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베를린의 음향, 혹은 빈 필하모닉의 음향이죠. 그런 관점에서는 다른 다양한 오케스트라들, 예컨대 요훔 시절부터 다져진 바이에른의 음향, 결이 다채롭고 탄력있는 SWR의 음향, 은빛 꿀향기가 나는 드레스덴의 음향은 모두 예외가 되는거니까요. 혹은 클렘페러가 지향한, 클레멘스 크라우스가 지향한 음향 역시 그런 예외가 될겁니다.


저는 독일 음향을 말하려면, 이런 다양함에서 공통지향점과 물질적인 특성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본질주의를 버리고, 열린 외연을 받아들이던가요. 


처음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NDR 역시 예외였습니다. 반트가 독특한 것도 있지만, 그들이 만드는 음역대의 특이한 밸런스에 적응을 못했어요. 헹겔브록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결론은 같아요. 독일적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코파친스카야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느낌이에요. 이 경우 기괴한 초서체로 밀어붙인 연주에 당황했지만, 결국 서정성이라는 본질 하나만 남기고 모든 구습을 없엔 다음 새롭게 완성한 연주라고 결론내렸습니다. 헹겔브록 역시 단단함과, 절제된 음향범위 내에서 새로운 필체를 만들어낸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