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슈베르트 :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D. 795
바리톤 : 마티아스 괴르네
피아노 : 세르게이 바바얀
2023년 4월 8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시
바람이 유별나게 불던 8일 오후였다. 피아노 한 대가 무대를 지키고 있는 콘서트홀의 인상이 오늘 따라 더욱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깔끔함이 거센 바람까지 막아주는 인상이 있었는지 공연장도 평소보다 편안했다.
세르게이 바바얀이 산틋하게 시작한 오늘의 연주는 괴르네의 해석과 극적인 연출로 금새 후끈해졌다. 괴르네는 그동안 목을 아낀건가 싶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노래했다. 그의 목소리는 지난 공연보다 훨씬 명료해졌고 여기에 풍부한 뉘앙스까지 더해져 매력적이었다. 드라마의 지점을 잘 아는 2곡 Wohin?의 연주는 이어지는 해석의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었다. 이어지는 5곡 Am Feierabend에서 괴르네는 세 명의 인물을 구별짓는 독특한 창법으로(바리톤 음성으로 진짜 여자 목소리를 내더라) 극적 대조를 살려냈다. 6곡 Der Neugierige에서 괴르네는 특유의 흉성으로 정말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것 같은 모음을 들려줬다. 이런 음성들은 의미에 봉사하지 않은 채 그 자체로 독자적인 존재가 되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서서히 긴장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괴르네의 동작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괴르네의 몸동작들은 일차적으로는 그 자신을 위한 것이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관객의 몰입을 돕기도 했다. 한편 그렇게 격정적인 동작으로 무대를 채우는 괴르네 옆에서 태연자약하게 훌륭한 반주를 들려주는 바바얀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는 빠른 프레이즈에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타건으로 곡의 심상을 분명하게 그려나갔다. 또한 느려져야 할 곳에서는 한 없이 머뭇거리는 템포로 지난 리사이틀에서 보여준 것과 비슷한 깊은 곳을 보여주었다. 바바얀과 괴르네는 전반적으로 정형화된 박자에 의존하지 않은 채 시적 의미와, 음성적 요소, 그리고 반주 음형 속에서 고유한 리듬과 템포를 끌어낸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과장되었다 할 만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냥 그게 맞는 것처럼 만들어나가는 대가들의 솜씨였다. 슈베르트의 고통이란 결국 젊음의 격정 없이 불가능한 영역일텐데, 고전이란 아우라에 가려진 이 자연스러운 사실을 과감하게 드러낸 연주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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