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잡설/공연 후기

토스카 (2016년 10월 15일 국립오페라단)

by Chaillyboy 2016. 10. 16.


자코모 푸치니: 토스카 (1900)

플로리아 토스카: 알렉시아 불가리두

마리오 카바라도시: 마시모 조르다노

스카르피아: 고성현

안젤로티: 손철호

성당지기: 성승민

스폴레타: 민경환

샤로네: 이준석


카를로 몬타나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출: 다니엘레 아바도, ???

무대, 의상: 루이지 페레고

조명: 발레리오 알피에리

영상: 루카 스카르첼라


2016년 10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울특별시



2막까지 보고 뛰쳐 나왔습니다. 여러 장점이 돋보였지만 심각한 결함을 감출 정도는 아니었네요. 글을 짧게 쓰긴 싫은데 이런 공연을 머리 싸매고 길게 분석하는것도 참 아쉬운 일이겠죠? 그냥 공연 수준에 맞게 배설하듯이~


결함이 연출과 지휘라는게 가장 큰 문제일겁니다. 그거 빼면 오페라에서 남는 게 없잖아요. 스티븐 소더버그를 닮은 지휘자는 쾌활한 매너를 빼면 어떤 장점도 없었는데, 책임을 회피하는 지휘였습니다. 붙잡고 끌고가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요. 연출이 부재할때 남은 기둥은 음악 뿐이죠. 그런 상황에서 지휘자가 문제인식 없이, 템포에 대한 확신, 집요한 제어, (추상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를 놓친다면 공연은 재앙으로 가는거죠. 사실 애호가들에게 무색무취해 보이는 이탈리아 극장 지휘자의 덕목이 바로 이거 아닐까요? 이 분의 해석을 논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연출이 실패의 방아쇠를 당겼죠. 중심 없는 연출, 목적없는 연출, 연기가 부재한 연출. 아무리 봐도 누군가의 입김이 들어간듯한 어색하고 뻣뻣한 (뮤지컬 냄새가 나는) 장면들이 잦았습니다. 특히 루살카 때부터 인장처럼 들어가는 엑스트라와 합창단의 어색한 동선과 조잡한 의상, 애매한 위치, 덧없는 행동들. 휴. 심증만 있으니 여기까지 합시다. 


물론 아바도 책임도 정말 크죠. 서술한 연기의 실종부터, 당위성을 찾을 수 없는 설정 변경, 시선을 흐트리는 프로젝션, 조잡하고 사악한 의지 없는 무대, 싼티나는 의상, 텅 빈 공간. 어떤 장점도 없는 수준 이하의 연출이었어요. 산만하기 짝이 없는데, 극 예술에서 그 말의 동의어는 '실패'입니다.


가수는 연기 실종. 자기 위치를 모르고 멀뚱멀뚱 서서 노래. 토스카를 노래한 불가리두가 유일하게 대사와 노래 모두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3초간 칼라스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하지만 제대로 된 지도 없이 헤메는건 필연지사. 막이 한 층 낀 듯한 성량이 그런 장점을 반감시키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바리톤 고성현은 압도적인 성량과 딕션으로 청중을 집중시켰지만, 텅 빈 무대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에서 그의 운명을 짐작할 수 있죠. 테 데움을 비롯해서 스카르피아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장면도, 이유 없는 프로젝션이나 어색한 동선처리로 존재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연기 역시 뻣뻣하고, 게다가 들리는 소문도 있어서 어째 느낌이 영...


카바라도시는 셸든 쿠퍼 같았어요.


사실 1년동안 올라온 오페라가 이렇게 하나같이 재앙이라는건, 그저 섭외된 예술가의 문제는 아니라는겁니다. 극단 문화의 문제이건, 수장의 문제이건, 누군가는 이걸 인식하고 고쳐야 하는데. 현실은 단장이 언플이나 줄기차게 하고 있죠. 이걸 누가 좋게 봐줍니까. 홍명보호 같은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