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K.622 (1791)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1번 Op.68 (1855-1876)
클라리넷: 김한
알렉상드르 블로슈(블로크), 서울시립교향악단
2016년 12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서울특별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은 프랑스 혁명의 열기가 불타오르던 시점에 태어났습니다. 작품과 생년월이 같은 국민공회의 "1791년 헌법"은 혁명에 대한 온건한 분출구였습니다만... 오래갈 수 없었죠. 1년만에 폐기되고 공화국이 탄생합니다. 왕의 목을 자르면서요.)
오늘 듣기 참 좋은 작품입니다. 물론, 모클협에 그런 격렬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초월적이죠. 달관의 경지가 깃털처럼 사뿐거리며 드러납니다. 각잡힌 신성함을 거부하는 미증유의 곡이죠. 놀랄만큼 표정이 복잡하고요. 즉, 으레 떠올릴법한 일차원적인 환희조차 여기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최만년 작품이 그렇겠지만요.
김한과 알렉상드르 블로슈의 연주에서 그런 달관은 느낄수 없었습니다. 절묘하고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일품이었던 지휘자의 방송 녹음을 들은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네요. 다채로우며 산들대는 사운드를 예상했거든요. 오히려, 적극적인 템포를 바탕으로 다이나믹의 낙차를 앞세운 리드미컬한 해석을 시도했어요. 김한의 클라리넷은 흠잡을 때 없는 기교로 그런 해석을 소화했습니다. 독주자의 리듬감각이 탁월합니다. 건조한 음색이 아쉽긴 했지만요.
아쉬운건 시향이죠. 서주부터 종결까지 시종일관 난삽하고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로 집중을 깨더군요. 2시간 내내 섬세함을 모르던 호른 역시 문제가 많았지만, 오늘따라 현의 음색은 유난히 거칠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브람스까지 이어집니다. 오늘의 키워드입니다. 무미건조함과 뻔뻔함.
지휘자까지 헤매었다는게 더 큰 문제에요. 브람스의 단단함과 본인이 추구하는 절묘한 음색 사이에서 계속 헤매는 듯 보였습니다(특히, 1악장과 3악장 사이의 대비). 지휘자가 이러니 단원과 청중까지 헤맬 수 밖에 없죠. 그렇다고 지휘자의 기본기가 훌륭한 것도 아닙니다. 비팅이 불명료하죠. 이어지는건 대참사입니다. 지향점이 명확할 땐 (의도적이던 아니던) 각이 무딘 지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면야, 결과는 뻔하죠. 잊을만 하면 어긋나는 앙상블, 꾸준하게 헤매던 팀파니, 1악장 1바이올린의 대형사고, 억지로 끌고가는 듯한 작위적인 4악장, 코다의 뻔뻔한 해석, 여러모로 억지로 끼워맞춘 퍼즐같았습니다. 흔들거리는 사상누각이랄까요?
하지만 이런건 다 봐줄 수 있어요. 그런데 관현악에서 어떤 표정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정말 뻔뻔하리만큼 무미건조한 연주. 호른이 대표적이죠. 맥락없는 마초 포르테가 잊을만 하면 앙상블을 깨트리고 집중을 지워버렸어요. 지휘자는 현악기에 표정을 넣으려고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가 밀었던 블로슈의 놀랄만한 장점은 전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측면에선 최악의 연주를 선보이고 말았죠.
기대했던 지휘자가 형편 없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브람스라서 헤맸다기엔 수준 이하의 순간이 너무 많아서... 여러모로 슬프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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