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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설/공연 후기

제555회 하우스콘서트: 최지웅, 안태준 (그리그, 비에니아프스키, 차이콥스키) - 2017년 6월 20일 한사랑교회

by Chaillyboy 2017. 6. 20.

 

에드바르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Op.45 (1887)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구노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 Op.20 (1865)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왈츠-스케르초 Op.34 (1877)

바이올린: 최지웅
피아노: 안태준

2017년 6월 20일, 한사랑교회 포레스트카페, 서울특별시

(그냥 코 앞도 아니고 집에서 길만 건너면 나오는 카페에서 하우스콘서트를 한다는걸 최근에야 알았다)

카페에는 스무 명에서 서른 명 사이의 인원이 커피를 홀짝거리며 모여있었다. 장방형 공간을 반으로 나눠 한 쪽에 무대와 객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길쭉한 그랜드피아노가 눈에 띄었고, 상표를 못봤지만, 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단호한 표정의 최지웅과 안태준이 무대로 올라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바이올린의 소리가 좋았다. 프로그램 전체에서 오이스트라흐를 떠올리는 걸쭉하고 탐미로운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비브라토는 풍부했지만, 남용되지 않았다. 비에니아프스키의 초고음 패시지가 미세하게 흔들렸다는걸 제외한다면 톤 컨트롤에는 흠이 없었다. 실황임을 감안할 것 없이 훌륭한 기교였다. 

다만 그리그에서는 그런 장점을 아쉽게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거칠게 요약하자면 시종일관 강성의 연주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가릴 것 없이 섬세한 셈여림 조절이 부족했다. 곡 특유의 낙차와 짜임새를 즐길 수 없게 되니, 자연스럽게 곡 전체의 흐름을 느끼기 힘들었다. 앙상블 난조 역시 그런 문제를 거들었다. 실황의 실수를 감안하더라도, 귀를 즐겁게 하는 삼악장의 리듬이 앙상블 불안으로 희미해졌다. 물론, 두 사람을 무작정 탓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는 카페고, 낮은 천장과 뭉쳐있는 공간 때문에 음향 조절이 힘들었을테다.

그리그를 차라리 마지막에 배치하는게 어땠을까. 쇼피스 성격의 두 곡 이후에 차분하고 익숙하게 그리그를 연주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후 두 곡의 쇼피스는 최지웅의 명인기를 감안하더라도, 훨씬 소리가 나아졌다. 피아노는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고, 완급 조절 역시 수월해보였다. 암보로 연주했다는걸 감안한다면, 익숙함 내지는 연습량 차이도 있지 않나 싶었다. 혹은, 카페 음향에 적응한 것도 있을것이다. 비에니아프스키와 차이콥스키 모두 최지웅의 뒤돌아보지 않는 초절기교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잠깐 비유했지만, 오이스트라흐도 즐겨 연주하던 곡 아닌가.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연주회가 끝났다. 초절기교 이후의 잔잔한 앵콜을 기대했지만 사회자가 커튼콜을 끊었다. 물론 인터미션 없이 두 사람이 쭉 달린 걸 감안한다면 이해할만한 처사였다. 실내악으로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바이올린 소리를 코 앞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그게 하우스콘서트의 장점이기도 할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