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제21번 K.304/300c (플루트 편곡) (1778)
플루트: 마갈리 모스니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오중주 K.452 (1784)
오보에: 엘렌느 드뷔에뇌브
클라리넷: 제롬 브와장
바순: 장-프랑수아 뒤케누아
호른: 에르벤 줄랑
(인터미션)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 오중주 Op.34 (1869)
1 바이올린: 카이 포글러
2 바이올린: 벤자민 모리슨
비올라: 다닐로 로시
첼로: 라파엘 플리더
피아노: 정명훈
2018년 1월 8일, 롯데콘서트홀, 서울특별시
유서 깊은 프랑스 목관과 독일-오스트리아 현악의 정상급 앙상블 연주자가 모였다는 데서 수준 높은 연주를 어느 정도 점치고 있었다. 절반만 맞는 생각이었다.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연주를 감상했음에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고 온 것이다. 연주를 복기하는 지금의 기분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상상 이상의 앙상블/기교에서 놀라움을 느꼈고, 그리고 성급하게 연주의 수준을 예측했다는 것이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어제의 연주는 Non Plus Ultra였다.
물론, '이 이상은 없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순간도 있었다. 치밀하고 극적인 치고 빠짐으로 관객들의 찬사를 끌어낸 비올라 주자는 이탈리아 현악 특유의 날이 선 음색 때문에 다른 현악 주자와 어색하게 섞이곤 했다. 모두를 흡입시킨 실황의 열기는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했다. 요컨대 어제의 연주는 동시대 실내악 녹음을 통해 청자에게 익숙해진 정밀한 앙상블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단원들의 컨디션이나, 롯데 홀의 음향상태도 영향을 줬을 것인데, 이것조차 그들의 노련한 앙상블 경험으로 극복되었음을 나는 언급하고 싶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목관 수석들의 모차르트 연주는 그런 노련한 앙상블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데니스 브레인 목관 앙상블의 레퍼런스 녹음에서 보이는 명징한 프레이징이나 리듬과는 다른, 수 년간의 합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운 강세 설정과 유동적인 리듬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개인적으로는 목관 실내악을 관현악만큼이나 실황에서 몰입해서 들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브람스 피아노 오중주는 독일 오스트리아 현악 전통의 저력을 알게 해준 연주였다. 정확한 음정과 리듬으로 연주의 기반을 다진 빈 필하모닉의 첼로 수석, 과장 없는 깔끔한 음색과 기교로 작센 지방의 바이올린 전통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악장 모두 찬사가 합당하다.
물론 연주를 '짬밥' 이상으로 끌어올린 건 온전히 정명훈의 공이었다. 정명훈은 어떤 전업 피아니스트가 들어도 질투를 낼 만한 음색으로 놀라움을 열어 재꼈고, 반주의 타이밍과 미묘한 해석을 통해 악기들을 보조하며 동시에 곡 전체의 구조를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나이가 무색해지는 훌륭한 기교로 실황의 열기를 끌어올리며 놀라움을 완성했다. 매일매일 자기 연마가 필요한 피아니스트의 삶이 싫어 지휘자가 되었다는 그의 인터뷰를 예전에는 지휘자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는데, 이젠 알겠다. 그게 사실은 피아니스트 놀려먹는 코멘트였다는걸... (재능충?ㅎㅎ) 특히 반짝거리는듯한 그의 피아노 음색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며 피아니스트 정명훈을 다시 보고 싶다는 열망을 증폭시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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