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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설/공연 후기

대전시향 마스터즈 시리즈 9 (모차르트, 쇼스타코비치) - 2017년 9월 14일 대전예술의전당

by Chaillyboy 2017. 9. 20.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 K.364 (1779)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 Op.60 "레닌그라드" (1939-40)


바이올린: 김필균

비올라: 폴 뉴바우어

제임스 저드, 대전시립교향악단


2017년 9월 14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대전광역시


모차르트와 쇼스타코비치는 닮은 점이 많은 작곡가일 것이다. 그들은 심포니와 극음악 작곡가로서 높은 명성을 누렸다. 협주곡과 실내음악까지 작품의 질이 균일하게 뛰어나며, 풍성하다. 특히 사회의 영향이 음악에 비교적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과 함께, 두 사람 모두 독주에 능한 비르투오소였다는 지점 역시 일맥상통할 것이다. 


1부의 독주가 비르투오시티와 거리가 멀었다는 측면은, 이 연주가 곡의 본질과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부분일 것이다. 바이올린의 눈에 띄는 실수와 음정 불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비올라 독주의 기교부족은 정도가 심했다. 그의 중음역 음향은 그럭저럭 매력적이었지만, 고음과 저음에선 사운드가 빈약해지고, 부점리듬을 떠듬대며 처리하는 부분에선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반주 역시 정확함을 결여하고 분위기와 시간의 흐름에 묻어가려는 아쉬운 수준이었다.


여러 실수에도 불구하고 "레닌그라드" 교향곡에서 대전시향은 실패를 만회했다. 2부의 합주력은 새롭게 부임한 상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궁합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임스 저드는 바톤 없이 맨손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는데, 효율적으로 악단을 제어했다. 그가 만든 사운드는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성했다. 투티는 넓고 단단했으며, 금관과 타악기 세션 역시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1악장 스네어 드럼의 치명적인 실수는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군계일학은 현악, 그중 바이올린이 보여준 육감적인 음향이었다. 이것들이 합쳐져 연출한 피날레의 고양감은 상상 이상이었는데, 그야말로 '올해의 대전시향'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나무에서 눈을 떼서 숲을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임스 저드의 연주는 기본적으로 음향, 특히 포르테를 강조하는 감각적인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비되는 피아노의 완곡한 음향에 그는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게다가 계산적인 템포의 부재로 인해 강약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결국 작곡가 특유의 신랄한 악상 대비는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린 것이다. 연주는 지루했는데, 그건 쇼스타코비치에서 강력한 사운드만큼 후자가 본질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특히 이 곡이 지나치게 늘어진 규모로 청자의 인내를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모습이 얼마나 치명적이었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