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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설/공연 후기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베토벤) - 2017년 7월 4일 대전예술의전당

by Chaillyboy 2017. 7. 4.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4번 Op.7 (1796)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4번 Op.78 (1809)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3번 Op.27-1 (1800-01)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6번 Op.81a "고별" (1809-10)

  

피아노: 백건우 

  

2017년 7월 4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대전광역시 

  

프로그램 변경으로 혼란이 있었다. 홈페이지의 기존 공지와 다르게 10번, 2번, 15번, 8번이 연주된다는 팜플렛이 해설이 덧붙어 배부되었다. 그런데 공연을 앞두고 다시 홈페이지의 프로그램대로 연주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홈페이지를 확인하지 않았을 다수의 관객들이 웅성댔다. 백건우가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듯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연륜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다시 말해 연세가 느껴지는 연주이기도 했다. 특히 13번이 그랬는데, 쏟아지는 음표 세례를 급하게 처리하느라 완급 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고 하지만, 대다수의 녹음은 강약과 셈여림 조절로 큰 호흡을 분명하게 가져가며, 악상 사이의 논리를 분명하게 만드는 편이었다. 공연 전체에서 백건우의 기교가 부친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13번의 경우 박자를 따라가는데 벅찬 연주였다.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때쯤 연주가 순식간에 끝났다. 


물론 공연은 전반적으로 훌륭했다. 나이가 무색하게 그의 다이나믹은 강력했다. 앙상블홀 2층에서도 타건을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몸풀기에 가까웠던 4번을 제외한다면, 24번부턴 독특한 음색을 들었다. 슈나벨의 영롱함이 떠오르지만, 그와 다르게 고음이 조금 닳아있는 텁텁한 음색이었다. 이런 음색은 특히 전 음역대에서 화음을 칠때 특이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그런 의미에서 26번은 연주회의 백미였다.


백건우는 독특하게도 쉼표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연주 도중에는 물론이고 악장 사이에서도 숨 쉴 틈 없이 바로 연주를 진행했다. 초서체에 가까운 연주였는데, 급하다고 느낀 사람도 있을테다. 물론 분명하게 쉼표를 강조하는 순간도 있었다. 26번 3악장의 징검다리 아르페지오 패시지의 경우 분명하고 느린 강세의 타건으로 매력을 살렸다.


요컨대 전기 곡보다는 중, 후기 곡이 그의 스타일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연주였다. 다만, 초인적인 지구력을 요구하는 다수의 후기 곡을 백건우가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