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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설/공연 후기

2017년 여름 공연

by Chaillyboy 2017. 9. 5.

여름방학에 공연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5번밖에 안갔더라… 평을 쓴다고 썼지만 자신이 없어서 지운 것도 있는데, 그럼에도 단평으로 기록을 남기는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천필 제226회 정기연주회 R. Strauss 탐구 시리즈 II - 2017.07.13. 롯데콘서트홀

 

총체적 난국에 가까웠던 공연. 악장의 대형사고 자체는 아찔하지만 어쩔수 없는 “자연재해”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 사고가 공연을 통째로 조져버렸다고 누군가 투덜대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1부가 끝나고 나온 야유에도 불구하고 악장이 2부를 무사히 마쳐준게 고마웠다. 비판은 오히려 지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단원과의 소통이 부재하는 목석같은 지휘. 책임회피, 거드름에 가까운 선곡과 앵콜까지 (앵콜에 앞선 멘트는 그런 역겨움의 정점이었다). 부천필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운드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는데, 남은 기간동안 실력이 퇴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델리히의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 2017.07.22 예술의전당 


여러 조건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멋진 연주. 실황에서 기교적으로 탁월한 톡바협을 듣는건 즐거운 경험. 옛 스타일에 가까운듯한 독주. 탄성있는 음색과 리듬이 아직도 귀에 맴도는듯 하다. 듣자하니 2부에 연주된 멘델스존 역시 뛰어난 호연이었다고 하던데, 저는 치킨 뜯으려고 1부만 듣고 나왔어요... 좋은 사람들과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아쉽지는 않구요.


대전시향 마스터즈 시리즈 8 (베를리오즈, 라벨) - 2017.08.10 대전예술의전당 

  

명백한 실패. 엉성한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6할을 잡아먹었는데, 바메르트가 지난 연주회에서 보여줬던 통솔력과 일관적인 해석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다. 프랑스 작곡가와 그가 잘 어울리는지도 의문이지만, 뭐 잘 어울린다고 하는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파스칼 로제도 똥통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갔으니까...


2017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마술피리> - 2017.08.26 토월극장 

  

아쉬움이 많았지만 기대 없이 가서 그런지 그럭저럭 즐기고 온 공연. 가족오페라의 최선이 이것이라면 그건 좀 아쉬운 대목이겠다. 클갤에 썼던 인상을 간추리면 1) 근본없는 연출 2) 근본은 없지만(극적 이해가 없는..?) 소리는 잘 내준 음악정도가 아닐까 싶다.


 대전시립합창단 제134회 정기연주회 하이든 <천지창조> - 2017.08.31. 대전예술의전당


워낙 좋은 소리를 듣는 빈프리트 톨이라 기대를 꽤 하고 갔었다. 그정도 기대에 부응하는 지휘는 아니었지만(차라리 복잡한 현대곡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성악진의 선방과 눈에 띄는 몇몇 요소, 예컨대 탈반도급 첼로 콘티누오, 무엇보다 똥통도 오아시스로 보이게 만드는 곡빨 때문에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과장 없이 하이든의 묘사 능력은 메시앙이나 라벨의 그것에 필적하지 않나 싶다. 조건과 제약 많은 음악 체계에서 어떻게 그렇게 적확하게 현상과 심상을 묘사할 수 있었는지...


한가지 아쉬웠던 점.

모든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대전실내악축제는 그럭저럭 볼만한 행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예컨대 바르톡의 두피타소(두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도 여기서 처음 들었고, 대전의 지역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앙상블 역시 절대 수준이 낮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부터 국제 음악제로 변경한다는 소식과 함께 모 지휘자께서 강림한 뒤의 프로그램은 정말 절망적이다. 아닌게 아니라 갈 껀덕지를 만들고 싶어도 도저히 뭐가 나오지 않는 선곡과 구성을 볼때의 당혹감이란... 이름만 국제로 바꾸고 해외 연주자를 초청한다고 수준이 높아지는게 아니란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