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하이든 : 현악사중주 제30번 Hob. III:38 "농담"
죄르지 리게티 : 현악사중주 제1번 "Métamorphoses nocturnes"
표트르 차이콥스키 : 현악사중주 제1번 Op.11
(앙코르)
슈테판 콘츠 : 어 뉴 사티-스팩션(에릭 사티 '짐노페디 1번'에 의한 재창작)
에스메 콰르텟
2023년 4월 2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시
공연이 있기 얼마 전 에스메 콰르텟의 비올라 단원이 교체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실내악단의 단원 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공연을 앞두고 듣기에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에스메 콰르텟에 대한 호평을 꾸준히 들어왔기에 기대가 풀리는 느낌도 살짝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싹 지워버리는 연주를 듣고 기분 좋게 콘서트홀을 나설 수 있었다
새로 합류한 비올라 단원이 포함된 그들이 무대에 올랐다. 하이든으로 시작한 이번 연주회는 콰르텟의 실력을 여러 측면에서 꼼꼼히 살필 수 있는 구성처럼 보였다. 제1바이올린이 주도하는 고전적인 현악 사중주, 모든 단원의 초절기교가 요구되는 리게티의 현악 사중주, 그리고 견실한 앙상블이 필요한 차이콥스키. 칼을 갈고 나왔을 그들의 의도를 프로그램에서 읽을 수 있었다.
하이든의 농담 사중주는 곡이 가진 유머러스한 모습을 잘 살려냈다. 1바이올린의 감각적인 연주가 작품을 고전파의 테두리에서 벗겨내고 설득력 있게 피날레까지 이끌었다. 구조적인 해석보다는 넓은 팔레트의 표현력에 주목할 수 있었다.
리게티 현악 사중주의 경우, 옆자리 관객의 소음으로 공연에 온전히 집중할 수는 없었지만(아주 아쉬워 죽겠다), 에스메 콰르텟이 밀리는 부분 없이 훌륭하게 연주해 줬기에 리게티가 바르톡 등에 의존하여 경력 초기에 찾아다녔을 오만가지 음향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앞서 사용한 넓은 팔레트라는 표현은 1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모든 단원에게 적용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초절기교로 주파하는게 인상적이었다. 서로 통하는게 있을테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치밀한 리허설의 결과라는 느낌도 같이 들었다.
다만 사운드가 넓게넓게 뻗어나가는 인상은 아니었는데,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아직까지는 이들이 연주하는 베토벤이 상상되지는 않는다.
차이콥스키의 경우 하이든 연주와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단단한 앙상블에 기초하는 모습이었다. 짜릿한 피날레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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