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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설/번역 - 네빌 카더스 평론19

카더스 평론 02: 맨체스터의 헨리 우드 경 - 베르디 레퀴엠 (1933년 11월 24일) 맨체스터의 헨리 우드 경 – 베르디 레퀴엠 (1933년 11월 24일) 헨리 우드 경 (1869 - 1944) 저게 바톤인지 레이피어인지... 헨리 우드 경은 할레를 지휘한 적이 없다. 지난밤 파릇파릇한 월계관을 걸고 찾아온 우드 경에게 어려운 과제가 기다렸다. 베르디 레퀴엠은 영국 종교음악이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방향과 전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말할 것도 없이 레퀴엠에는 성악 대위법 기교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하게 도사리는데, 오라토리오 전통이 – 솔직히 너무 – 길게 이어진 영국 성악과 비교하면 더더욱 눈에 띄는 점이다. 베르디 레퀴엠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는다. 중세인이 가졌을 무덤 속 환멸과 죽음의 공포가 칼날을 번뜩일 것이다. ‘진노의 날 Dies Irae’은 단테의 지옥을 생생.. 2015. 1. 15.
카더스 평론 01: 할레 콘서트 (1927년 10월 28일) 할레 콘서트 (1927년 10월 28일)(네빌 카더스가 '맨체스터 가디언'지의 음악 평론가로 부임한 뒤 쓴 최초의 글) 해밀턴 하티 경 (1979 - 1941) 할레 오케스트라는 브람스 연주의 비밀을 제대로 깨우쳤고, 나아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품어내는 3번 교향곡의 세계를 발견했다. 어젯밤, 가슴을 울리는듯한 사나이의 노래를 들으며 누구도 이 남자가 몇 년 전에 소박함과 엄격함 그 자체로 여겨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끊임없던 학파 간 논쟁에서 지지자들에 의해 기치로서 치켜세워졌던 예술가의 숙명이다. 브람스는 낭만주의자들을 물리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었고, 충실했던 브람스의 인간성과 문화 속 숨 쉬는 위대한 천재성은 마치 낭만적이지도 고전적이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고전적인 감각과 .. 2015. 1. 13.
네빌 카더스 경 (1888 - 1975) 영국의 평론가 네빌 카더스 경은 대부분의 평론가가 그랬듯이 사후 깔끔하게 잊혔다. 그래도 당대의 쌓은 명성빨이 있는지 많은 그의 기록들이 정리되서 출판된 흔적이 남아있기에 (흔적이 남아있을 뿐, 꾸준히 출판되는 상황은 아니다), 오래된 음악의 냄새를 찾아 헤메는 덕후의 입장에서 그의 정리된 글들은 상당히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기껏해야 노먼 레브레히트가 '공신력있는' 평론가로 인용되는 한국의 클래식 시장에서, 이런 사람들은 더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게 개인적인 생각. 간단하게 그의 삶에 대해 소개할까 싶다. 빅토리아 시대의 끝물에 태어난 네빌 카더스는 20세기 영국의 가장 영향력있던 평론가로 활동했다. 특이하게 당대에는 음악평론만큼이나 크리켓 평론으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사실 본업이 크리켓 .. 2015.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