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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설/번역 - 기타

위(僞) 블롬슈테트가 남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대한 글

by Chaillyboy 2023. 3. 5.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1번 c단조

 

연주에 대한 노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1991년 6월 7일, 드레스덴 문화궁전

 

(글 속에 표기된 시간은 각 악장 별 기준이라 위의 유튜브와는 조금 다르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1991년 6월 7일 콘서트는 자비네 마이어가 독주를 맡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시작해서 여기 녹음이 남은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으로 끝났다. 악명높은 "벽"이 바로 지난 해 무너졌고 독일은 다시 한번 통일국가가 되었다. 첫 악장의 의기양양한 팀파니는 이 예상치 못한 역사적 기적으로 인한 환희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라디오 기술자가 음향 레벨을 조정하기 전에 잡힌 과한 사운드인 것 같다.

 

여기서 진짜 기적은 드레스덴 오케스트라의 연주이다. 1548년부터 이어진 오랜 역사에서 그들은 많은 참혹한 전쟁을 넘겼다. 하인리히 쉬츠가 음악감독이던 시절의 30년 전쟁(1618-1648), 요한 아돌프 하세가 음악감독이던 시절의 7년 전쟁(1756-1763), 제1차 세계대전(프리츠 라이너 시절), 제2차 세계대전(칼 뵘과 칼 엘멘도르프 시절). 이 격동의 역사는 어쩌면 그들의 연주를 특징짓는 극적 감각, 그리고 핵심을 찾는 감정주의의 한 가지 원인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것은 자부심과 감사함이 결합한 그들의 분명하고 귀한 특징의 근거가 될지도 모른다. 이 자부심은 다양한 어려움에도 성취한 그들의 예술적인 성취에 대한 것이다. 감사함은 그들이 굶주림과 공포, 압제가 가득한 시절에도 선택받은 일원으로서 정신적인 문제를 다루고 그것에게 보상받을 수 있었던 순전한 특권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특별한 사운드와 기질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작센의 왕들은 당당한 군주로서 유럽 전역에서 최상급의 작품과 최고의 독주자를 모아 그들의 명성을 드높이려 했다. 왕의 음악가들은 18세기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최고의 벨칸토 가수들과 함께 매일 음악을 연주했으며, 바그너 시대 이후에도 극적인 목소리의 가장 위대한 가수들과 함께 했다. 드레스덴으로 온 신입 연주자 대다수는 오케스트라 주자들과 함께 올바르게 훈련받았는데, 예컨대 베를린에서 온 젊은 음악가는 이 지역 전통에 자신을 맞추지 않으면 고립되리란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오케스트라는 그들이 도시의 더없는 영광으로 간주되고, 그들의 수준은 오직 그들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책임감은 내면 속 "스스로 갈고 닦음"에 대한 놀라운 감각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이제 1악장의 몇몇 세부사항을 들어보자. 1. 목관이 하나같은 균형 속에서 분명하고 조심스러운 아티큘레이션을 들려주는 4분 33초. 2. 여덟 대의 더블 베이스가 풍부한 음향으로 최저음역의 B음까지 내려가는 는 9분 28초 (대부분의 독일 오케스트라들처럼 그들도 모두 5현 베이스를 사용한다). 3. 인상적인 리듬과 가공할만한 발음으로 모든 음표를 들려주는 15분 15초. 4. 마지막의 메노 알레그로(Meno allegro)는(15분 29초) 밑에 숨어있는 호른과 팀파니 사이의 대화가 들릴 정도로 투명해 도입부의 8분 음표 타격을 넌지시 드러낸다.

 

연주가 단순히 정확해서 설득력있는게 아니라(좋은 오케스트라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모두가 뜻을 함께 해서 그렇다. 정확함은 때때로 흔들릴 수 있지만 그 때조차도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심장과 하나의 영혼이라는 것을 우리는 듣는다. 이것은 훈련이나 명령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내부의 확신과 목적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2악장 안단테 소스테누토(Andante sostenuto)에서 오케스트라는 자기 특징과도 같은 미묘하게 차별화된 울림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내가 기억하는 옛날 악장 중 한 명이었던 루돌프 울브리히(Rudolf Ulbrich)는 이러한 자질이 사라져간다고 생각해서 내게 불평하기도 했다. 그는 체구가 작았는데 그가 의자에 앉아있을때면 별안간 더 작아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제1바이올린은 더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 1분 57초에서는 이 섹션이 다른 현악과 함께 얼마나 힘있고 훌륭하게 노래하는지 보라!

 

감동적인 오보에 독주가 2분 44초에 시작되는데 여기에 클라리넷이 가세한다(만프레드 바이제(Manfred Weise)가 연주한 욀러 클라리넷은 대부분의 독일 오케스트라에서도 사용되며 뵘 클라리넷보다 약간 더 어둡게 소리낸다). 이들은 그냥 잘 하는 연주자가 아니라 뛰어난 인간성으로 그들의 내적 세계를 우리와 공유한다. 2악장이 끝날 무렵 악장 페터 미링(Peter Mirring)은 한 줄기 빛처럼 그의 오케스트라 위로 솟구친다.

 

3악장은 짧은 간주곡으로 5분을 넘기지 않으나 지복으로 가득해, 피날레의 극적인 진술이 시작되기 전, 평온이 환영하는 지점이다. 4분 16초 마지막 마디(piu tranquillo)의 아름답게 균형잡힌 소리에 주목하자.

 

피날레는 거대한 드라마로 열리는데 오케스트라는 감정적으로 "노래하는" 것과 미묘한 템포 조정, 꽤 놀랄만한 대비 설정을 탁월하게 잘 하며 2분 39초의 거대한 호른 테마와 플루트의 화답으로 나아간다. 이는 브람스가 스위스 알프스에서 휴양할때 들은 알펜호른(Alp horn) 선율이다. 이어서 아득하고 장엄한 코랄이 독일 트롬본에 의해 제시된다. 대다수의 독일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쓰이는 미국 트롬본에 비해 블랜드가 잘 되고 구경이 큰 악기이다. 드레스덴은 전통을 수호한다!

 

5분 4초의 영광의 찬가와 함께 이어지는 알레그로 콘 브리오는 작곡가가 적은 것처럼 정말 "열렬하게(con brio)" 연주된다. 이 연주를 18년 뒤에 들으면서 내가 놀란 점은 먼저 선명한 짜임새이다. 이것은 모든 음악가들이 자기 역할을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매순간 숙지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또한 애정어린 상냥함부터 공공연한 흥분을 오가는 넓은 폭의 감정적 풍부함 또한 놀랍다.

 

훌륭한 앙상블 연주 아래 전개부는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적인 절정을 쌓고 멈춘 뒤 "알프스" 테마가 다시 분출된다. 반복구는 굉장히 아름다운 아첼레란도(accelerando)와 16분 11초 전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코랄의 마지막 진술로 이어진다. 여기 하나처럼 지향된 연주가 다시금 인상깊다. 100명에 가까운 오케스트라가 한 명의 초인(Superhuman)처럼 행동한다. 그들의 연주를 들으면 가장 높은 대의를 향한 그들의 헌신을 나눠받고 싶어진다.

 

더도 말고 이것이 위대한 음악을 풍요로운 삶의 본질로 만드는 게 아닐까.

 

위(僞)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교수(Prof. Herbert Blomstedt) (내지를 번역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브람스 사이클을 맞아 좋은 글을 단숨에 번역했다. 훌륭한 연주만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블롬슈테트 본인이 썼을지 가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 세계에 유통되는 레이블에서 살아있는 지휘자를 사칭해서 글을 쓰진 않았을 것 같다.

 

당연하게도, 이 글의 저작권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교수와 Weitblick (어쩌면 익명의 일본인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