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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잡설108

카더스 평론 01: 할레 콘서트 (1927년 10월 28일) 할레 콘서트 (1927년 10월 28일)(네빌 카더스가 '맨체스터 가디언'지의 음악 평론가로 부임한 뒤 쓴 최초의 글) 해밀턴 하티 경 (1979 - 1941) 할레 오케스트라는 브람스 연주의 비밀을 제대로 깨우쳤고, 나아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품어내는 3번 교향곡의 세계를 발견했다. 어젯밤, 가슴을 울리는듯한 사나이의 노래를 들으며 누구도 이 남자가 몇 년 전에 소박함과 엄격함 그 자체로 여겨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끊임없던 학파 간 논쟁에서 지지자들에 의해 기치로서 치켜세워졌던 예술가의 숙명이다. 브람스는 낭만주의자들을 물리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었고, 충실했던 브람스의 인간성과 문화 속 숨 쉬는 위대한 천재성은 마치 낭만적이지도 고전적이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고전적인 감각과 .. 2015. 1. 13.
네빌 카더스 경 (1888 - 1975) 영국의 평론가 네빌 카더스 경은 대부분의 평론가가 그랬듯이 사후 깔끔하게 잊혔다. 그래도 당대의 쌓은 명성빨이 있는지 많은 그의 기록들이 정리되서 출판된 흔적이 남아있기에 (흔적이 남아있을 뿐, 꾸준히 출판되는 상황은 아니다), 오래된 음악의 냄새를 찾아 헤메는 덕후의 입장에서 그의 정리된 글들은 상당히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기껏해야 노먼 레브레히트가 '공신력있는' 평론가로 인용되는 한국의 클래식 시장에서, 이런 사람들은 더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게 개인적인 생각. 간단하게 그의 삶에 대해 소개할까 싶다. 빅토리아 시대의 끝물에 태어난 네빌 카더스는 20세기 영국의 가장 영향력있던 평론가로 활동했다. 특이하게 당대에는 음악평론만큼이나 크리켓 평론으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사실 본업이 크리켓 .. 2015. 1. 13.
피가로의 결혼에 대한 잡생각들 기회가 생겨 피가로의 결혼을 계속 듣게 되었고, 들으면서 떠올랐던 잡생각들 (혹은 찾아본 자료 정리) 1. 작곡가와 리브레티스트의 협업을 이야기 할때 가장 먼저 이야기 되는 조합이 바로 모차르트-다 폰테 조합일텐데, 피가로의 결혼을 처음 들었을때 다 폰테의 업적에 의구심을 가진것도 사실이다(한 3년 전?). 아마 산으로 가는 듯한 스토리하며, 3막 이후로 떨어져 보이는 집중력, 근대 오페라의 세련된 리브레토를 먼저 경험한 것등등이 그런 생각을 부추겼으리라.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이런 생각을 버린지는 오래이다. 피가로의 결혼을 이야기 하면서 모차르트만을, 혹은 다 폰테만을 이야기 하는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 폰테가 모차르트 이후에 두드러지는 걸작이 없다는 걸로 봐서 모차르트에 지분을 더 줘야겠지만(다 폰.. 2014. 10. 5.
베리오 관현악 편곡집 - 리카르도 샤이 Luciano Berio – Orchestral Transcription Riccardo Chailly, Orchestra Sinfonica di Milano Giuseppe Verdi 리카르도 샤이의 음반은 도전적이다. 현대곡으로 공연을 시작하는 ‘모범적인’ 지휘자들을 생각해 보자. 이들의 음반은 공연과 대비된다. 아바도의 디스코그래피에서 현대음악은 제한적으로 등장한다. 래틀조차 실황의 참신함을 음반으로 담아내지 못한다. 마에스트로들이 상업적인 음반사 내부에서 목소리를 잃은 것과 비교하면, 샤이에게는 운과 강력한 주관이 모두 따랐다. 간단히 훑어도 샤이의 음반들은 참신하다. 푸치니와 로시니의 묻힌 곡들로 시작해서, 모솔로프와 바허나르 같은 잊혀진 작곡가들을 탐구한다. 바레즈의 작품 전곡을 녹음하는 거대.. 2014.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