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13

카바코스/로버트슨의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 23년 통영국제음악제 1일차 모리스 라벨(arr. 불레즈) : 권두곡(1918, 1987/2007) 루치아노 베리오 : 신포니아(1968) 찰스 아이브스 : 대답없는 질문(1908/35) (1부는 끊김없이 연주됨) 요하네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Op.77 (앙코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바이올린 무반주 파르티타 1번 BWV1002 中 사라방드-두블 중창 : 노이에 보칼솔리스텐 슈트트가르트 바이올린 :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데이비드 로버트슨,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2023년 3월 31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통영시 개막일 특유의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가 국제음악당을 감싸고 있었다. 19세기 고전 소설에서 묘사되는 극장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흐름 속에서 주인공이 극장에 도착하고 인간관계들이 바람맞은 먼.. 2023. 4. 2.
해리 파치 : 플렉트럴과 타악기 춤 - 23년 통영국제음악제 1일차 해리 파치 : 모래 언덕의 다프네(1958/68) 해리 파치 : 플렉트럼과 타악기 춤(1952) 파치 앙상블 2023년 3월 31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 통영시 해리 파치는 한국에서는 '해리파치, 라 몬테 영.. 알아 몰라?'로 유명할 것 같다. 작곡가의 유파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자세한 사전 조사 없이 공연장으로 향했다. 무대를 꽉 채운 다양한 악기들이 시선을 채웠다. 그 풍경이 꽤나 이국적이었지만 한편 이 악기들은 그저 목적이 있어 만들어졌다는 듯한 국적없는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곧 연주될 곡들이 (당시 개념으로 말하자면) 제3세계의 다양한 음향을 가져와 사용하긴 했지만, 그게 특별히 이국적이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 소리들은 제목과 구성이 지시하는 고대 그리스의 어떤 세.. 2023. 4. 1.
음반들(텐슈테트, 켐페, 라이너, 주이트너, 아담 피셔) - 최근 감상이었던 것 베토벤 교향곡 9번 - 텐슈테트/런던 필하모닉 (1985, BBC) - 2악장까지만 듣고 껐다. 허탈감에 찾아보니 더 가디언에서 별점 3/5점 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국 매체에서 버린 영국산 연주라면 더 볼 필요 없을듯. 물론 텐슈테트는 같은 오케스트라와 절치부심해서 몇 년 뒤 기어이 명연을 만들고야 만다. 브루크너 교향곡 4번 - 켐페/뮌헨 필하모닉(1975, BASF/Scribendum). 섬세하게 듣지 않으면 평이한 연주처럼 들린다. 요리할 때 틀어놓았다면 '응 끝났네' 하고 그냥 넘길만한 음반. 그럼 다시 들어보자. 도입부가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머뭇거리는 템포는 독일 지휘자들이 선호하는 전진하는 템포(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는 전혀 다른 정체성같다. 이어지는 플루트의 독주는 현.. 2023. 3. 28.
로버트 레빈의 모차르트 협주곡(번역)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협주곡 제23번 A장조 K. 450, 협주곡 제15번 B-flat장조 K. 450 모차르트가 작곡하고 소개했던 혁신적인 키보드 협주곡들은 당대에는 클래식이 결코 아니었다. 지금 들어도 그렇지만 이들 협주곡의 언어에는 우아, 매력, 무례, 대담성, 오페라의 무대 감각, 진지, 파토스와 비극이 아슬아슬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이 방대한 드라마의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스타일의 연주에는 자발성이 가득해야만 하며, 또한 직선적인 화법(discourse)이 두드러져근래의 모차르트 연주자들이 아름다운 소리, 우아함, 경건함에 꽉 붙잡힌 것과는 전혀 달라야 할 것이다. 공연 미학이 살아있는 언어를 말하는 것에서 이미 자리 잡은 텍스트를 더 완벽하게 재현하는 방향으로 옮.. 2023. 3. 12.
위(僞) 블롬슈테트가 남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대한 글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1번 c단조 연주에 대한 노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1991년 6월 7일, 드레스덴 문화궁전 (글 속에 표기된 시간은 각 악장 별 기준이라 위의 유튜브와는 조금 다르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1991년 6월 7일 콘서트는 자비네 마이어가 독주를 맡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시작해서 여기 녹음이 남은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으로 끝났다. 악명높은 "벽"이 바로 지난 해 무너졌고 독일은 다시 한번 통일국가가 되었다. 첫 악장의 의기양양한 팀파니는 이 예상치 못한 역사적 기적으로 인한 환희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라디오 기술자가 음향 레벨을 조정하기 전에 잡힌 과한 사운드인 것 같다. 여기서 진짜 기적은 드레스덴 오케스트라의 연주이다... 2023. 3. 5.
음반들(올라프 베어, 멜로클래식, 이세르슈테트, 리흐테르) - 최근 감상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 올라프 베어/제프리 파슨스(1986, EMI). 젊고 아름다운 목소리지만 당사자성이 희미해 아쉬움이 많다. 안정된 가창이라는 느낌이 막 들지도 않는다. 묘하게 맥아리가 없는 것은 해석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센 음이 묘하게 떨리거나 특정 모음이 왜곡되는 경향은 한번 들린 다음부턴 계속 신경 쓰여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유명한 19번 곡(데어 뮐러 운트 데어 바흐)는 순음악적으로 좋은 연주같다. 신세대는 옛세대의 과잉을 항상 부담스러워하고 이건 연주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베어가 등장하던 맥락 역시 올드스파이스같은 기존 가창에 대한 부담이 아니었을까 싶긴 하다. 시를 듣는다는 관점에서 나는 이런 목소리가 좋긴 하다. 하지만 올드스파이스가.. 2023. 3. 1.
TAR 타르(2022) 클래식 덕후용 영화 같아서 보고 왔다(스포일러 있음). 오프닝 크레딧이 어둡고 길게 흐르는 동안 리허설에서 부르는 걸로 들리는 노래가 길게 삽입된다. 그곳에 지휘자가 존재한다. 지휘자의 강한 존재감과 이것을 뒷받침할 그의 자아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그는 아마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권력을 얻었고 생존과 자기 욕망을 위해 주변 사람을 착취할 것이다. 그들이 상처받거나 고생하는 이야기에서, 그 소동과 에너지는 결국 원인을 제공한 지휘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뉴요커는 영화가 "퇴행하는 미학에 어울리는 퇴행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비판의 방향은 뚜렷하다. 문제 있는 인물을 동정적이거나 무책임하게 그리거나, 리뷰어에 의하면, 오늘날의 캔슬컬쳐와 정체성 정치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클래식 음악계를.. 2023. 2. 27.
음반들(하이페츠, 바세비치, 자발리쉬, 기제킹) - 최근 감상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 하이페츠/모이세비치(1951, RCA/Naxos) : 얼마 전 방문한 LP 감상실의 사장님은 CD시대에 손해 본 바이올리니스트로 하이페츠를 먼저 꼽았다. 간단히 요약하면 LP에서는 그렇게 날이 선 깽깽이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 하이페츠의 LP는 훨씬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은근히 널리 퍼진 이야기가 아닐지.. 나도 사장님의 워딩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내가 그동안 들어온 이야기를 덧대서 기억한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라기보단 모두가 의심없이 납득할 이야기가 아닐지 싶다. 유아인이 마약했다는걸 처음 들은 사람은 많아도 의외라고 놀라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이페츠도 LP로 들으면 다르다는 말에 모두가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지 않을까.. 2023.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