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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양악부문 장춘희: 오케스트라를 위한 'Karma'김수혜: 오케스트라를 위한 '화광동진'조은화: 장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자연, 스스로 그러하다' (장구협연: 박천지) Intermission 정종열: 관현악을 위한 '린'배동진: 그림자 소리 2이만방: 어디에서 어디로 지휘: 최희준, KBS교향악단무료에 최희준 지휘라길래 과감히 예당으로 향했다. 현음 잘 모르고 길게 써봤자 헛소리밖에 안될게 분명하기에 느낀점 위주로 간략히. 현음공연에 무려 사람이 꽉찼다. 알량한 스노비즘이 발동해서 텅빈 객석에서 조용히 듣다 와야지 따위의 생각으로 향했건만 어마어마한 인파에 놀라게 되었다. '밝은 한국 클래식과 현음의 미래!' 라기보단 토요일 두시에 무료공연인게 큰가 싶기는 했다. 그래서 그런가 꼬마들도 엄청 많았는데 인터미션 지.. 2015. 1. 24.
카더스 평론 05: 필하모니아와 함께한 카라얀 (1952년 5월 12일) 필하모니아와 함께한 카라얀 (1952년 5월 12일) 성공적인 유럽 투어를 위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이번 주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두 차례 공연을 가졌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화려한 음색과, 능수능란하게 제어된 다이나믹의 강도을 통해 뛰어난 연주를 선보였다. 사실 카라얀은 지나치게 계획된 강약변화를 보여주곤 했고, 브람스 1번 교향곡의 몇몇 피아니시모는 작곡가 자신이 거절했을 게 분명한 수줍음 많은 작곡가의 모습과 어울렸다. 전반적으로 교향곡은 심각함이 인상깊었다. 카라얀 씨는 세련된 기교에 대한 명인의 소질, 그리고 진짜배기 음악가의 본질을 꿰뚫는 감을 합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템포는 청중들로 하여금 중심으로부터 펼처지는 음악 대신 오히려 바깥부터 세세하게 조작된 음악을 보여주는 .. 2015. 1. 22.
카더스 평론 04: 코벤트 가든의 푸르트벵글러 – 트리스탄과 이졸데 (1935년 5월 22일) 코벤트 가든의 푸르트벵글러 – 트리스탄과 이졸데 (1935년 5월 22일) 지난밤 코벤트 가든을 아름답게 빛낸 보기 드물었던 시적 순간을 논하기 전에 먼저 토마스 비첨 경에게 감사를 표한다. 모든 지휘자가 걸출한 동료에게 오페라 좌를 비우고 흔쾌히 기회를 주지 않으며, 그가 바로 얼마 전 같은 곡을 지휘했다면 더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음악극에 대한 두 예술가의 걸출한 해석에 우위를 매길 필요는 없다. 한쪽에는 태양이 맞은편에는 달이 자신들의 찬란함을 드러낼 뿐. 비첨은 서정적인 광채와 흥분되는 리듬을 통해 비극을 적극적으로 관객 앞에 가져왔다. 반면 푸르트벵글러는 비극이 가진 비감을 온 마음으로 느꼈다. 그는 음표를 무겁게 가져가며, 시종일관 ‘거리의 파토스’를 음악 속에 집어넣었다. ‘트리.. 2015. 1. 19.
카더스 평론 03: 토스카니니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1935년 6월 4일) 토스카니니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1935년 6월 4일) 오늘 밤 토스카니니는 BBC 심포니를 처음 지휘했고, 이는 단순한 연주를 넘어 음악과 천재를 고결하고 경이롭게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드물고 뛰어난 음악적 체험이었다. 지금부터 침착한 논조로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지휘자의 예술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토스카니니에서 우리는 역설을 본다. 여기 이 남자는 가장 강력하면서 개인적인 -그의 폭압적인 태도를 빼더라도- 지휘자이자, 어떤 명인들을 모아놓은 오케스트라에서도 거대한 지시를 이끌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카니니는 단 한 순간도 과시욕을 드러내지 않는 지휘자이며 그가 제사장으로서 봉사하는 거장들의 작품 바깥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토스카니니의 브람스, 토스카니니의 .. 2015. 1. 17.
카더스 평론 02: 맨체스터의 헨리 우드 경 - 베르디 레퀴엠 (1933년 11월 24일) 맨체스터의 헨리 우드 경 – 베르디 레퀴엠 (1933년 11월 24일) 헨리 우드 경 (1869 - 1944) 저게 바톤인지 레이피어인지... 헨리 우드 경은 할레를 지휘한 적이 없다. 지난밤 파릇파릇한 월계관을 걸고 찾아온 우드 경에게 어려운 과제가 기다렸다. 베르디 레퀴엠은 영국 종교음악이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방향과 전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말할 것도 없이 레퀴엠에는 성악 대위법 기교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하게 도사리는데, 오라토리오 전통이 – 솔직히 너무 – 길게 이어진 영국 성악과 비교하면 더더욱 눈에 띄는 점이다. 베르디 레퀴엠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는다. 중세인이 가졌을 무덤 속 환멸과 죽음의 공포가 칼날을 번뜩일 것이다. ‘진노의 날 Dies Irae’은 단테의 지옥을 생생.. 2015. 1. 15.
카더스 평론 01: 할레 콘서트 (1927년 10월 28일) 할레 콘서트 (1927년 10월 28일)(네빌 카더스가 '맨체스터 가디언'지의 음악 평론가로 부임한 뒤 쓴 최초의 글) 해밀턴 하티 경 (1979 - 1941) 할레 오케스트라는 브람스 연주의 비밀을 제대로 깨우쳤고, 나아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품어내는 3번 교향곡의 세계를 발견했다. 어젯밤, 가슴을 울리는듯한 사나이의 노래를 들으며 누구도 이 남자가 몇 년 전에 소박함과 엄격함 그 자체로 여겨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끊임없던 학파 간 논쟁에서 지지자들에 의해 기치로서 치켜세워졌던 예술가의 숙명이다. 브람스는 낭만주의자들을 물리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었고, 충실했던 브람스의 인간성과 문화 속 숨 쉬는 위대한 천재성은 마치 낭만적이지도 고전적이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고전적인 감각과 .. 2015. 1. 13.
네빌 카더스 경 (1888 - 1975) 영국의 평론가 네빌 카더스 경은 대부분의 평론가가 그랬듯이 사후 깔끔하게 잊혔다. 그래도 당대의 쌓은 명성빨이 있는지 많은 그의 기록들이 정리되서 출판된 흔적이 남아있기에 (흔적이 남아있을 뿐, 꾸준히 출판되는 상황은 아니다), 오래된 음악의 냄새를 찾아 헤메는 덕후의 입장에서 그의 정리된 글들은 상당히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기껏해야 노먼 레브레히트가 '공신력있는' 평론가로 인용되는 한국의 클래식 시장에서, 이런 사람들은 더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게 개인적인 생각. 간단하게 그의 삶에 대해 소개할까 싶다. 빅토리아 시대의 끝물에 태어난 네빌 카더스는 20세기 영국의 가장 영향력있던 평론가로 활동했다. 특이하게 당대에는 음악평론만큼이나 크리켓 평론으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사실 본업이 크리켓 .. 2015. 1. 13.
피가로의 결혼에 대한 잡생각들 기회가 생겨 피가로의 결혼을 계속 듣게 되었고, 들으면서 떠올랐던 잡생각들 (혹은 찾아본 자료 정리) 1. 작곡가와 리브레티스트의 협업을 이야기 할때 가장 먼저 이야기 되는 조합이 바로 모차르트-다 폰테 조합일텐데, 피가로의 결혼을 처음 들었을때 다 폰테의 업적에 의구심을 가진것도 사실이다(한 3년 전?). 아마 산으로 가는 듯한 스토리하며, 3막 이후로 떨어져 보이는 집중력, 근대 오페라의 세련된 리브레토를 먼저 경험한 것등등이 그런 생각을 부추겼으리라.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이런 생각을 버린지는 오래이다. 피가로의 결혼을 이야기 하면서 모차르트만을, 혹은 다 폰테만을 이야기 하는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 폰테가 모차르트 이후에 두드러지는 걸작이 없다는 걸로 봐서 모차르트에 지분을 더 줘야겠지만(다 폰.. 2014. 10. 5.